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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단월


단월(丹月) : 붉은 달
단월(단월) : 찢어진 달








        ~ 여는 마당~
여긴? 난.... 뭐지? 도데체.... 뭐가 어떻게 된 걸까?
모르겠다. 뭐가 뭔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 희미하다. 모든 것이....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건 붉은...달?
머리가... 아프다. 달이 붉을수도 있는건가? 아니... 달이 아닌건가?
모르겠다. 희뿌옇다. 붉은 달!
오직 한 가지 뿐이다. 저 달! 붉은 달! 왜 눈앞에 보이는 저 붉은 달 만이 내 머릿속을 지배하는 걸까?
저 달이 무엇이기에.... 저 피빛과도 같은... 핏빛?
아... 나는 저 달을 알고 있다.
저 피빛과도 같은, 태양과도 같은 저 붉은 달...
그래. 모든 것은 이미 그 때부터 시작된 것이다.
        ~ 여는마당 (legend) 끝 ~


        ~ 첫 번째 마당 ~
늦은 시간의 밤의 학교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지기 마련이다. 가벼운 학교 전설로부터 시작해서 밤의 학교가 비추는 이미지 그 자체가 약간의 공포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쉽사리 접근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더욱이 그 시기가 추운 겨울 날, 그것도 수능이 막 끝난 11월이라면 밤의 학교에 가는 사람들도 드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해은고등학교의 정문을 넘어가는 -마치 도득처럼 조심 스럽게- 저 그림자 역시 특별한 연유로 넘는 것이리라.
-탁
예상했던 것보다 착지할 때의 소리가 컸는지 그림자는 당황한 듯이 주위를 살펴 보았다. 하지만 늦은 밤의 학교에는 그 그림자를 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림자는 이제 조심스럽게 일어나서 서서히 교정을 가로질러 걸어가기 시작한다. 해은고등학교에는 쉬위도 없으니 당직 선생님만 조심하면 걸릴 염려가 없는데다가 오늘은 학생들 사이에서 '양아치'라고 불리는 정성민. 이 시간이면 보나마나 자고 있을것이다. 그림자는 이 모든것을 알고 있기라도 한 듯이 여유롭게 걸어 교사 정문까지 걸어갔다.
-덜컹덜컹
"호오? 이것봐라? 그래도 문은 잠글줄 아나 보네? 하긴 분명히 자고 있을텐데 문도 안 잠갔다가 걸리면 시말서로도 부족하니 당연한건가? 낄낄"
선생을 비웃는 그림자의 목소리는 분명한 남자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교사에서 새어나오는 빛에 비추어진 그림자의 머리카락은 짧지도 길지도 않은 그런 어정쩡한 길이. 이제 막 수능을 치른 고등학생의 모습과 같았다.
"뭐 문을 잠그면 뭐해. 양아치놈. 보나마나 3반쪽 복도 창문 문고리가 고장난건 모르겠지? 병X 같은놈. 자기반 앞인데도 전혀 관심이 없어"
-톡톡
화단을 가로질러 가는 소년의 발은 작은 자갈을 던지며 움직였다. 소년이 멈춘 곳은 동편 계단 바로 옆 창문. 창문 안으로는 '1-3'이라는 팻말이 보인다.
-덜컹덜컹
창문을 몇 번 위 아래로 흔들자 창문은 쉽게 창틀에서 떨어졌다. 떨어진 창문을 버리고 소년은 조심스럽게 창틀을 넘어 들어갔다.
"후우. 여기서 부터는 양아치의 영역이니 일단 살짝 굽혀주고 들어가는게 예의 겠지? 괜히 소란 피우다가 깨면 나만 손해를 보니"
소년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소리가 나지 않도록, 당직 선생님이 깨지 않도록.
소년의 움직임에 맞추어 구림자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소년을 따라 움직이는 소년의 그림자. 창문 밖에서 스며들어오는 달빛에 맞춰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한다.
계단을 올라서 4층에 도착한 그림자는 복도를 지나 '3-3'이라는 팻말이 걸려있는 교실 앞에서 뭔추어 선다.
"쯧. 아무리 우리 반 이라지만 너무 하는군. 교실 문도 안 잠그다니"
소년의 투덜거림을 사실이라고 증명이라도 하듯 교실 문은 소년이 아주 약간의 힘만 가했을 뿐인데도 불구하고 쉽사리 움직였다. 문이 열린 교실안은 아주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이미 수능을 치루고난 3학년 선배들은 아무런 힘이 없다는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교실은 아주 통째로 뒤집혀 있었고 사물함이란 사물함은 모두 문짝이 날라가서 강제로 개방되어 있었다. 하지만 소년은 아무런 문제도 없다는 듯이 사물함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그 위로 올라갔다.
"사물함 안에다가 물건을 숨기는 바보 짓은 절대 안 하지. 암"
소년은 사물함을 발판으로 삼아서 천장을 뜯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나온것은 PDA와 MD플레이어. 소년은 마치 보물이라도 발견한 듯이 기쁜 표정을 짓고는 그것들을 주머니에 넣고는 여유있게 교실을 나왔다. 천천히 복도를 걷던 소년은 잠시 멈추었다. 소리. 소년을 멈추게 한 것은 어떠한 소리였다. 그것의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년은 다시 한 번 그 소리를 듣기위해 잠시 걸음을 멈춘 것이다.
-!
피아노. 소년의 발길을 멈추게 한 것은 피아노 소리였다. 피아노 소리라는 것을 확인한 소년은 단 한가지 감정에 사로잡혀 버렸다. 그것은 바로 공포. 해은 고등학교의 너무나 유명한 베토벤의 이야기. 마침 소년이 있던 4층은 음악실이 있기도 해서 소년은 더욱더 공포를 느꼈을지도 모른다.
"제,젠장! 이건 말도 안 돼! 그건 다 헛 소리야! 거짓말 이라고! 귀신 따위가 있을 리가 없잖아! 젠장! 그럼 누구야? 대체 어떤 놈이 이런 헛 소문을 퍼트리고 다니는지 내가 직접 확인해 주지!"
억지로 호기롭게 외친 소년은 천천히 음악실로 걸음을 돌렸다.
하나. 둘.
소년의 움직임에 맞추어서 그림자가 춤을 춘다. 창문으로 넘어오는 달빛과 파트너를 위루어 춤을 춘다.
하나 둘 하나 둘.
피아노 반주에 맞추어 춤을 춘다. 소년의 심장박동에 맞추어 춤을 춘다.
하나 둘 셋 넷.
음악실에 다가 갈 수록 피아노 소리는 절정으로 향하고 소년의 심장 박동도 점점 격렬해 지고 그림자의 춤도 절정으로 치닫는다.
절정에 오른 소년의 춤은 음악실 앞에서 멈추었다. 소년의 춤이 멈추고 음악이 멈추고 달빛조차 구름 뒤로 숨어 소년의 춤은 복도의 어둠속에 먹혀 버린다. 음악실 앞에 멈춘 소년은 천천히 숨을 고르기 시작한다.
소년은 천천히 음악실 문을 열기 시작한다.
-끼익
약간은 녹이선 철제문의 비명이 어둠을 찢고 밝은 빛을 토하며 음악실의 문이 열린다.
        ~ 첫 번째 마당 (school) 끝 ~


        ~ 두 번째 마당 ~
열린 문 사이로 소년은 한 소녀를 보았다. 해은 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소녀, 흑단같은 긴 생머리에 암 갈색의 눈동자를 가진.
문소리에 놀랐는지 고개를 든 소녀의 눈동자는 동그랗게 뜨여져 있었다.
소년은 소녀의 목에 매여진 검은색 바탕에 2줄의 흰 대각선 줄무늬 낵타이를 보고 소녀가 해은 고등학교 2학년 학생임을 알게 되었다. 아니 그 전에 이미 소년과 소녀는 서로 알고 있었다.
"소윤이? 네가 이 시간에 여긴 어쩐 일로?"
"에에? 재윤 선배? 그런 선배야 말로..."
"아니 나야 뭐 MD랑 PDA짱 박아 둔거 찾으러 왔지. 날개가 알면 안 되니 밤에 몰래 온 거지만 넌? 그러고 보니 아직 교복 이잖아? 집에 안 가고 대체 뭐 한거야?"
"야자 하다가 그만 잠이 들어 버려서 말이죠. 평소 같으면 친구들이 깨워 줬을텐데 오늘은 어쩐 일인디 깨워 주지도 않고 그냥 가 버렸네요."
소윤과 재윤. 같은 천문학부 동아리 소속의 이 둘은 학교 내에서도 유명한 커플이다. 하지만 둘다 같은 '이'씨이고 '윤'자 돌림이라 의남매를 맺은 사이이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다만 둘 사이가 너무 가까워서 주위로 부터 사소한 오해를 사기도 하지만 둘은 주변의 소문 따위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 성격이다 보니 오해를 풀 생각도 없고, 아니 아주 신경을 쓰지 않다보니 또 그게 무언의 긍정으로 받아들여져서 해은 고등학교 공식 커플로 인정받아 버렸다.
"바보. 대체 얼마나 잤기에 친구들이 야자 마치고 집에 가는것도 모르고 잔거야? 그리고 야자 시간에 잠을 자다니 그게 학생이 할 도리냐?"
"핏! 누가 들으면 오빤 야자 땡땡이도 안 치고 잠도 안 자는 모범생인줄 알겠어요."
"당연하지. 내가 누군데?"
"...병X 꼴통 삽대가리."
"뭐?"
전혀 예상을 못 한 충격적인 발언을 갑작스레 들은 재윤은 사고 능력이 순간 정지했고 그런 재윤을 위해서 소윤은 한자 한자 또박또박 끊어서 다시 말 해주었다.
"병.X.꼴.통.삽.대.가.리."
"소윤아"
"응? 왜요?"
천연덕스럽게.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마치 토끼처럼 또랑또랑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소윤의 표정에 재윤은 저도 모르게 팔에 힘이 들어가는것을 느꼈다.
"소윤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사랑하는 오라버니보고 병X이니 꼴통이니 삽대가리니 하는 표현은 쓰는게 아니란다. 알겠지?"
애써 웃으며 말 했지만 소윤은 재윤의 기대를 져 버리고 한 마디를 했다.
"헛소리"
뚝. 뭔가가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을까? 재윤은 자신의 머릿속에서 뭔가가 끊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그것이 자신의 인내심 인걸 인식 할 수 있었다.
"크아아! 정녕 네가 저 푸르딩딩한 하늘에서 하염없이 반짝 반짝 빛나는 작은 별이 되고 싶다는 말이냐? 오냐 그럼 날려주마!"
"꺄아악! 폭력 반대"
비명을 지르는 소윤이와 그 뒤를 따르는 재윤이로인해 한바탕 소란스러워진 음악실은 얼마 안 가서 잠잠해 졌다.
"후아... 너 때문에 쓸데없이 에너지 소모가 컸어. 내일 2만원 어치 쏴라."
"훗. 저같이 연약한 미소녀의 땀 한방울이 얼마나 큰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모르시나 보죠? 오빠야 말로 앞으로 1달동안 매일 매점 가서 쏘세요."
"헛소리 대장."
"소심 쟁이."
거로 잡아 먹을듯이 노려보고 있느 둘은 견원지간(견원지간) 그 자체였다.
"왜요? 한판 더 해요?"
"됐다. 그만 하자. 한 겨울...은 아니지만 땀이나 삐질삐질 흘리면서 그게 할 말이냐?"
먼저 항복 선언을 한 재윤은 피아노 앞에 앉아 연주하기 시작한다.
"사랑 한다는 말은?"
소윤의 질문에 고개만 까닥인 재윤은 계속해서 연주를 한다. 그런 재윤의 옆으로 와서 소윤이 노래를 부른다.
         
          사랑 한다는 말은 가시 담불 속에 핀
          하이얀 찔레 꽃
          사랑 한다는 말은 한자락 바람에도
          문들 흔들리는 나뭇가지
          사랑 한다는 말은 무수한 별들을
          한꺼번에 쏟아 내는 거대한 밤하늘이다

                                                       (하략)

재윤의 연주에 소윤의 노래가 어우러 진다. 두개의 소리는 서로 조화를 이루어 하나의 새로운 음악이 되어서 학교를 울린다.
"많이 늘었네요? 예전에는 2~3번씩은 틀리곤 하던데"
"당연하지. 실력이 늘어야지. 줄어드면 그개 말이 되냐?"
"우우~ 조금만 띄워주면 하늘 높은 줄 모른다니깐"
"이걸 그냥 확! 됐다 됐어. 집에나 가자 집 까지 대려다 줄께"
"예예. 사랑하는 오라버니 말씀에 어찌 감히 거역을 하겠습니까. 집에나 갑시다."
        ~ 두 번째 마당(conversation) 끝 ~


        ~ 그녀의 의식 ~
맞을까? ....가 '그'가 맞을까? 맞으면 어쩌지? 안돼! 그럴 리가 없어. ....가.
....가 날 ...했을리가 없어. 다른 사람도 아닌 ...가.
하지만.... 만약에. 만에 하나 ....가 맞으면 어떻게 해야 하지?
...를 ..... 해야 하나? 아냐. 못 해. 할 수 없어. 내가 어떻게 ....를
그래. 아닐거야. .....는 절대 '그'가 아닐거야.
하지만 ....가 '그'라면..... 용서 할 수 있을까?
아냐. ....가 '그'일거라는 생각조차 해서는 안돼.
        ~ 그녀의 의식(discord) 끝 ~


        ~ 재윤의 꿈 ~
꿈...인가? 꿈 인거 같기는 한데 참내. 꿈속에서 꿈인걸 인식 할 수 있다니 별일 이구만.
"......그럼 이걸....."
응? 누구 목소리지? 저쪽에서 나는거 같은데 어디....
"하지만 ....는"
힐머니랑 아저씨 목소리 같은데.... 잘 안 들리는군. 가까이 가 볼까?
"걱정..... 먼저 ...... 놨으니. 빨리.... 자시 ....할 거 아닌가?"
"그럼 ....만 믿겠습니다."
"아무렴 어때 내가 사기꾼 같아 보이는가?"
흐음... 이상하군. 목소리는 들리는데 모습이 안 보이다니.
"보면 안돼!"
응? 제 3의 인물인가?
"보지마! 보면 죽여 버릴거야!"
누구보고 하는 말이지? 아저씨? 아줌마?
"둘다 아니야. 당신 보고 하는 말이야."
응?
"누구야?"
뭔 놈의 동네가 이따위야? 얼굴 좀 내밀고 말 하면 어디가.... 어? 저건.....
"난 ....에 사는 당신의...."
저 여자는 분명.... 어? 까먹었,...다."
        ~ 재윤의 꿈 (splinter of memory) 끝 ~


        ~ 세 번째 마당 ~
"부어라!"
"마셔라!"
해은 고등학교와 같은 재단인 해은 대학교는 여타의 대학교와 마찬가지로 주변에 여러가지 문화 공간이 발달 되어 있다. 호프, 당구장, 노래방, 보드방, 게임방, 서점, 소 극장등. 하지만 역시나 가장 인기가 좋은 곳은 호프집 이였고 몇몇 호프집 사장들은 아주 뽕을 뽑을 생각으로 미성년자들 -대부분이 고등학생- 을 받아주는 그런 넓은 마음을, 자신이 절재 할수 있다면 나이에 관계없이 술을 마셔도 된다는 아주 개방적이며 긍정적인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어서 고등학생들도 호프에 와서 술을 마실수가 있는 기 현상이 발발하곤 한다.
특히 이곳 '酒가폭락'은 값이 싸고 안주가 푸짐해서 많은 고등학생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테이블 한쪽 구석에는 놀랍게도! 교복을 입고 당당하게 술을 마시는 한 무리의 고등학생들이 보였다. 교복으로 봐서는 해은 고등학교 학생들이다.
"자자.... 일단 다들 조용히 하고 먼저 우리 미성년자들을 받아줏니 사장님을 위하여 박수!... 따위는 귀찮으니 생략하고 해은 고등학교 천체관측 동호회 '나이트 스카이 워커(night sky walker)의 발전을 위하여 건배!"
"건배!"
재윤의 선창에 이어 나이트 스카이 워커의 회원들이 일제히 건배를 외치고 다들 잔을 가볍게 비우는 가운데 소윤이 만이 뭔가 불만에 가득찬 표정으로 재윤을 노려 보았다.
"과연 오빠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을까요?"
"응? 내가 왜?"
"회비. 한 번 이라도 낸 적이 있어요?"
"우우! 회장은 물러가라!"
"돈도 안 내고 술 마시는 술 도둑은 물러가라!"
소윤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기다렸다는 듯이 회원들은 재윤을 향해 일제히 야유와 비난의 화살을 날렸고 당황한 재윤은 소윤을 쳐다 보았지만 소윤은 '난 아무것도 몰라요오~' 라는 표정으로 테이블 한 귀퉁이에서 맥주만 홀짝이고 있었다.
지윤이는 이것 저것 핑계 거리를 생각해 봤지만 도통 마땅한게 없었다. 평소에 소윤이에게 써 먹던 핑게는 씨알도 안 먹힐게 뻔하고 그렇다고 지금까지 밀린 회비를 다 내기에는 너무 아까웠다. 아니 이미 3년치 회비를 한번에 내기에는 그 돈을 감당하기가 힘 들었다.
"휴우... 너희들은 모르지? 왜 내가 회비를 안 내는지."
"응?"
"사실은 말이야..."
재윤의 입에서 이것 저것 변명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미성년자를 받아 들일수 없는 호프집에서 어떻게 자신들이 교복을 입은체 당당하게 술을 마실수 있는지, 그리고 왜 자신들이 교내에서 가장 크고 좋은 동방을 차지 할 수 있는지.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동아리 발전을 위해서 쏟은 재윤의 노력에 감동을 받을 정도였다. 하지만 진실을 알고 있는 소윤은 핸드폰을 꺼내서 재윤에게 문자를 보냈다.
"그래서 말이야 내가... 응? 문자 왔나? 잠시...만"
문자를 확인한 재윤은 아까보다 더 긴장 했다. 아니 긴장의 수준을 넘어서 생명을 위협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 문자를 다른 회원들이 본다면? 그렇다면 필시 학교 뒷 산에 묻힐거라는 것을 직감했다.
"하.하.하. 자자 다들 마시자구. 맥주에 김이 빠지면 그걸 어떻게 먹냐? 맛 없잖아. 안그래? 이런 기회가 흔한것도 아닌데 뭐 하고 있는거야? 어? 윤정이 너 잔 비었잖아? 내 잔 받으라구. 자."
맥주에 김이 빠진다는 말에 재윤에게 집중해 있던 시선은 다들 맥주조끼로 옮겨지고 정말이지 빠르게, 마치 부모님의 원수를 10년만에 만난 것 처럼 단숨에 잔을 비워나가기 시작했고 상황을 살펴보던 소윤도 한숨을 쉬며 잔을 다시 채워 마시기 시작했다.
한참 잔이 돌고 다들 기분이 붕 떴을때 누군가 말을 했다.
"그런대 회장. 우리 이렇게 놀고 마셔도 되는 거야? 오늘 뭐 회의 한다고 안 했었나?"
"아? 으음... 아! 맞다! MT! 흠흠 자 다들 마시던거 잠시만 멈추고 내 말에 집중해줘. 우리 나이트 스카이 워커는 내년 신정을 전후로, 그러니깐 12월 28일부터 1월 3일까지 6박 7일에 걸친 신년맞이 MT를 간다! 이의 있는 사람은 저 문 밖으로 나가면 되겠다. 물론 저 문을 나서면 다시는 동방에도 들어 올수 없다는 사실을 염두해 두고."
-딱
누군가의 말에 그제야 정신을 약간 차린 재윤은 오늘 다들 모이라고 한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하지만 술이 들어가서 일까? 약간 기분이 고양된 재윤은 말도 안 되는 헛 소리를 내 빝었고 그 대가로 소윤이에게 뒷머리를 주먹으로 가격당하는 고통을 느꼈다.
"에휴. 오빠에게 뭔가를 기대한 내가 잘못이지. 자. 여기 일정표랑 세부사항을 간단하게 적어 놓은게 있으니 한번 읽어보세요. 아무런 상의도 없이 오빠랑 제가 마음대로 정한건데 이건 양해해 주세요. 시간이 없어서 그런거니"
소윤이가 나누어준 프린트물에는 날짜, 장소, 일정, 교통편, 준비물, 회비, 약도등이 나와 있었다. 약 10여장에 걸쳐서.
"이게... 간단히 적은 거야?"
프린트물을 읽어보던 누군가의 물음에 소윤은 당연 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고 그런 소윤의 모습에 다들 한숨을 내 쉬었다.
10여장에 걸친 안내문. 간단하게 적은 거라고 했으니 자세히 적은것도 있다는 말인데 그걸 다 읽어볼 생각을 하니 앞이 노랗게 변하는거 같았다.
"에... 그러니깐.... 에이 나도 몰라. 다들 대충 읽어보고 다음주 목요일 까지 참가 의사를 결정해줘. 그래야 뭐 민박을 예약 하던가 할테니. 그럼 온르 회의는 이걸로 끝!"
-딱!
조금전에 울렸던 소리가 다시 울리고 소윤은 눈을 감은 채 주먹을 부르를 떨고 있었다.
"이거 말고 다른 안건은 없어요? 그럼 이렇게 거창하게 회식을 할 필요도 없잖아요!"
"아니 나야 뭐 수능도 끝났고 하니 술이나 가볍게 하자구..."
"에휴. 내가 못 살아."
"히힛. 자! 마시고 죽자!"
"우워어!"

"에휴. 내가 오빠 때문에 미치겠어요. 이제 이 사태를 어떻게 수습할 생각 이에요?"
"으음... 나도 다들 이렇게 술이 약할줄은 몰랐다구."
"이게 약하다구요? 오빠가 무식하게 강한거에요! 무슨 바쿠스의 아바타도 아니면서 3000 cc 8통을 혼자서 비워요? 아니 취하는 문제는 둘째치고 배 안 찢어져요?"
"글쎄다. 아마 내 위장은 블랙홀과 연결이 되어 있나봐"
酒가폭락안에는 소윤이와 재윤이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재윤이는 원래 술이 강한 편이고 소윤이는 조금밖에 안 마셨지만 나머지는 다들 재윤이와 술 대작을 벌이다가 뻗어 버린것이다. 바닥에 이리저리 굴어다니는 반 시체는 13구. 전부다 집으로 운반 하기에는 둘 만으로는 절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냥 여기다 버리고 가도 되지 않을까? 다들 지 몸뚱아리는 알아서 관리할 나이가 되었잖아?"
"그거 상당히 매력적인 제안인데요?"
부부는 서로 닮는 법이라고 했던가? 비록 부부는 아니지만 항상 붙어 다니다 보니 재윤의 악랄한 성격에 소윤도 조금은 전염이 되었는지 대화를 하면서 이미 둘은 문 밖으로 나갔다.
"참! 나 어제 이상한 꿈을 꿨다."
"어떤 꿈이요?"
"그러니깐..."
재윤이는 어젯밤에 꿨던 꿈을 소윤이에게 말 해 주었다.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대화, 그리고 마지막에 나타난 사람도.
"그런데 그 마지막에 나타난 사람이 누군지 전혀 기억이 안 난단 말이야. 흐릿한 형체조차.... 어? 소윤아 거기서 뭐해?"
말을 하던 재윤은 소윤이 약간 뒤족에서 굳은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걸 뒤 늦게 알았다. 재윤은 그런 표정의 소윤을 처음 보았다. 약간은 긴장한, 약간은 놀라운, 약간은 두려움에 찬 그 표정을....
"오빠 그 꿈은..."
"그 꿈은?"
소윤의 굳은 표정과 긴장한 말투에서 재윤은 저도 모르게 긴장을 하고 되물었다.
"그 꿈은 말꿈 이잖아요."
"말...꿈? 그건 뭐냐? 개꿈이랑 돼지꿈은 들어 봤짐나 말꿈은 처음 듣는데?"
"아니 그 말(馬)이 아니라 말(語)꿈이요. 사람은 안 나오고 말 소리만 들렸으니 말꿈이죠 뭐."
언제 그런 표정을 지었냐는 듯이 상큼하게 웃으며 말하는 소윤을 보고 재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가 소윤이 자신을 가지고 놀았다는 걸 깨닫는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야이 멍청한 것아! 그게 말이나 된다고 생각하냐? 말이라고 다 말인줄 아냐? 말이 되야 그게 말이라고 하지. 어디서 그딴 헛소리냐 앙?"
"헤헷 이게 다 오빠에게 배운 거라고요"
"어휴... 말이나 못 하면 밉지나 않지."
"응? 나 미워요?"
전매특허나 다름 없는 불쌍한 토끼같은 표정을 지으며 묻는 소윤을 보고 한숨만 내쉬는 재윤 이였다.
        ~ 세 번째 마당 (peaceful, the previous night of storm) 끝 ~


        ~ 그 의 마음 ~
밤하늘의 달을 본적이 있니?스스로 빛내는 법은 잊었지만 밤하늘을 환하게 밝혀주는 달을. 나는 그런 달이 너무 좋아. 자신도 모르게 주위를 밝히는 그 달이. 저 한르에 떠 있는 달을 가위로 오려서 주머니에 넣고 싶어. 그래서 시간이 날때마다 꺼내보고 싶어. 만져보고 싶어. 입 맞추고 싶어. 하지만 그렇게 할 수가 없어서 너무 슬퍼. 가지고 싶지만 가질수 없는, 멀리서만 바라보아야만 하는. 그래서 난 널 좋아하는거 같아. 달을 닮은 너를.
        ~ 그의 마음 (love) 끝 ~


        ~ 네 번째 마당 ~
전 세계인의 축제와 같은 크리스마스, 그리고 크리스마스 이브. 약 2000년전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리는 이 날은 크리스천들의 기념일 이지만 오늘날에 와서는 가족, 연인의 날로 점점 바뀌고 있다. 크리스마스의 기원을 엄밀히 따지고 들자면 고대 이집트의 태양신'라(Ra)'의 제사일이니 실상 아기 예수의 탄생과는 무관한 날이기는 하다. 그래서 그런지 이제는 크리스터들 사이에서도 미사 혹은 예배시간에만 그의 탄생을 기리고 그 외의 시간에는 조금은 특별한 휴일로 인식되어가고 있다. 거리에는 수 많은 사람들이 붐비고 있고 그들 사이로 크리스마스캐럴과 장식용 트리에서 새어낳온 불빛들이 흐른다. 즐비한 가계앞에는 코카콜라라는 음료회사에서 상업적으로 만든 캐릭터가 -뚱뚱한 배에 붉은색 코트와 모자. 새하얀 턱수염을 지닌- 아이들에게 조그만한 선물을 나누어 주고 있고 꼬마아이가 한 손에 동전을 가득 지고 구세군 냄비로 달려가는 모습도 보인다. 크리스마스 파티를 준비하는 아주머니들과 자신이 가지고 있는 양말중 가장 큰 양말을 찾아서 창문에 걸어두는 아이들. 모두들 각자의 방식으로 이 특별한 축제를 즐기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웃고 떠드는 가운데 이곳 성 도마 성당에서는 크리스마스 전야 미사가 끝나가고 있었다.
"주님께서 배푸신 은혜에 감사하며 마침성가로 하얀 성탄 부르시겠습니다"
       
        성탄을 기다리는 하이얀 내맘위에
         함박눈 소리없이 내려와 쌓이였네
         우리는 꿈꾸었지 눈쌓인 하얀 성탄
         하느님 나의 소망을 예쁘게 이루셨네.
         하얀 성탄 기쁜 썽탄
         은종 울려라 즐겁게 노래하자
         하얀 눈 내려와서 어둔밤 밝힐우고
         목동은 별을 따라 구세주 찾고 있네
         우리는 기다렸지 예수님 오실 날을
         구유엔 아기 수게주 방긋이 웃고 있네
         하얀 성탄 기쁜 성탄
         은종 울려라 즐겁게 노래하자
                                                (하얀 성탄 - 김 정 식)


"이상으로 성탄 전야 미사를 모두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히 돌아 가십시오."
"메리 크리스마스"
"메리 크리스마스"
성탄전야 미사를 끝 마치는 사회자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사람들은 각자 주위의 사람들에게 크리스마스 인사를 건네고 밖으로 나갔다. 대부부느이 사람들이 빠져 나가자 성당 한 구석에 앉아있던 소윤이 제단앞으로 걸어왔다.
"오빠 오늘 미사는 참 감동적이였어. 어떻게 성탄전야미사랑 연중미사를 착각할수가 있어?"
"시끄러. 누구나 실수는 하기 마련이라고.
제단앞에 앉아 기도를 드리던 재윤은 그렇지 않아도 마지막 사회인데 미사중에 실수를 해서 기분이 착찹하던 참에 소윤의 비아냥 거림에 울컥 화가 났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중,고등부 전례부 부장이, 아니 이제 전(前)부장인가? 여하튼 그런 사소한 실수를 하다니 좀 심했잖아? 그리고 설마 지금 그걸로 화 내는거야? 오빠 실수를?"
"쳇. 할 말 없다. 그리고 화 내서 미안하다."
소윤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화를 냈던 재윤은 소윤에게 미안하면서 고마웠다. 스스로도 조절하지 못하는 감정을 바로 잡아주는 소윤이. 언제나 옆에서 자신을 지탱해주던 소윤이.
"헤헤 그래야 착한 울 똥 강아지지"
"카악! 죽여 벌리테닷!"

겨울의 밤은 춥다. 그것도 엄청. 누구나 알고있는 아주 간단한 사실이지만 소윤과 재윤은 그 사실을 다시 실감해야만 했다. 많이 껴입고 나옴녀 귀칞고 갑갑하다는 이유로 간단하게 입고 나온 둘은 하늘만 노려 보았다.
'왜 눈이 내리지 않는 거냐구!'
그나마 눈이라도 왔으면 조금은 더 포근하고 조금은 더 따듯할지도 모르는데 마치 이 추위가 눈이 오지 않아서 그런 것 처럼 눈이 내리지 않는 하늘만 하염없이 노려 보았다.
"우웅 따듯하다"
"....내가 난로냐?"
재윤이 한눈을 파는 사이에 옆구리에 찰싹 달라붙은 소윤은 행복에 겨운 목소리로 말했고 그런 소윤을 보고 재윤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헤헤 생체난로. 최첨단 바이오테크놀로지(bio technology)."
-딱
"이제 아주 막 나가는 구나? 맞을 말만 골라서 하는걸 보니"
"치잇. 오빠도 좋으... 저기요? 아저씨? 지금 뭐하는 짓이에요?"
울상을 지으며 머리를 만지던 소윤은 순간 정신이 멍해졌다. 코트를 껴입고 있어도 추운데 재윤이 코트를 벗어서 자신에게 덮어주고 있는것이 아닌가?
"하도 춥다고 징징거려서 그런대 왜? 감동 받았냐?"
"미쳤어 미쳤어! 감동은 무슨 얼어죽을 감동이야! 그러다 오빠 감기 걸리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는 거야? 빨리 안 입어?"
"싫어 너 감기 걸려서 골골 거리는거 보느니 차라리 내가 걸리고 만다."
"입어! 입으라고. 자꾸 그렇게 개기면 나 울어 버린다?"
"....우는 걸로 협박 하는 사람은 또 청므 본다."
남들이 들으면 웃음이 나올 그런 협박 이지만 재윤의 입장에선 섬뜻했다. 재윤의 기억속에 어린 소윤은 한번 울어버리면 속에 있는 말을 전부다 내 뱉어 버리는 그런 소녀였다. 자신도 모르게 자신이 가장 감추고 싶어하는 비밀마저 다 말해버리는. 남의 속 마음을, 그것도 소윤의 속 마음을 허락도 없이 듣는게 찝찝해서, 왠지 소윤에게 죄를 저지르는거 같아서, 그래서 소윤이와 서먹해 질까봐 무서운 것이였다.
소윤의 협박에 못 이긴 재윤은 다시 코트를 받아 압고 소윤이와 팔짱을 끼고 천천히 걸었다.

"그래서 이번 MT는 어떻게 하실 거에요?"
"글쎄? 재미있게 해야겠지?"
"오빠!"
"솔직히 모르겠는걸? 그냥 처음 계획대로 낮에는 놀고 밤에는 천문관측.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 되는걸?"
영우너한 장미의 전원(eternal garden of rose)이라는 멋진 이름을 가진 공원 밴치에 소윤과 재윤은 나란히 앉아서 몇 일 후에 있을 MT이야기를 하고 있다.
-칙
뭔가 타는 듯한 소리가 나며 매캐한 냄새와 함게 프르스름한 연기가 소윤의 옆을 지나 갔다.
"담...배? 오빠 담배 피웠어요?"
"아아... 한 한달 정도?"
"바보! 몸에 좋지도 않은 걸 왜 피우는 거에요?"
"몸에 안 좋기는 커피도 마찬가지 아냐? 그런데 넌 마시잖아"
"커피랑 담배가 어떻게 같아요! 적당한 양의 커피는 몸에 좋다고요. 그에 반해 담배는...."
자리에서 일어선 재윤은 소윤의 말을 뒤로 하고 몇걸음 걸어간뒤 담배연기를 한 모금을 마시고 길게 내 뱉으며 말 했다.
"담배 연기가 바람에 흩어지며 날리는게 보이지? 어디까지리도 날라갈 거 같은 저 연기에 내 마음을 담아서 보내고 싶어.월궁(月宮)의 항아에게. 나만의 여인. 나만의 성녀인 그녀에게."
"거참 로맨틱 하긴 한데 그 항아인지 항아리인지 모를 아줌마 폐암으로 죽이지나 마세요."
'나만의 여인, 나만의 성녀'라는 말에 왠지 기분이 나빠진 소윤은 비아냥 거렸고 그런 소윤을 본 재윤은 다시 말을 이었다.
"하지만 너도 알다시피 달에는 사람이 살 수 없어. 항아는 전설속의 인물이야. 실존 하지가 않지. 그리고 난 널 사랑해."
"오빠?"
"달은 스스로 빛을 내는 법을 잊었어. 갈의 주인인 항아가 죽었기 때문이야. 그녀가 없는 달은 그저 하늘에 떠 있는 커다란 돌멩이. 항아를 잃어버린 달은 나에게도 아무런 의미가 없어. 그러니 네가 내 마음속 월궁의 항아가 되어주지 않겠니?"
"돌멩이? 월궁의 주인? 말도 안돼. 이건 거짓말이야. 오빠가..."
"응? 거짓말이라니? 갑자기 무슨..."
소윤의 말에 의아함을 느낀 재윤은 뒤를 돌아 보았지만 아무것도 볼수가 없었다. 다만 그 곳에는 울고있는 소윤의 얼굴과 손에 들려진 작지만 날카로운 어떤 금속의 반짝임만이 있었다.
        ~ 네 번째 마당 (the sadness moon of christmas) 끝 ~


        ~ 다섯 번째 마당 ~
"자 그럼 이걸 먹게나"
분명 이 선도 2개면 다시 예전처럼 선신이 될 수가 있겠지. 하지만....
"하지만 제가 이걸 먹으면 항아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저만 다시 선신이 될 수는 없습니다. 항아, 그녀와 함깨가 아니라면 제가 선신이 되는것도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걱정도 팔자구만 쯧쯧. 항아에게는 내가 이미 먼저 줬으니 아무런 문제가 될거도 없어. 이미 자네도 내 부탁을 들어 주기로 약속 하지 않았나? 빨리 먹게나 천제(천제)가 보면 노할테니."
거짓말은...아닌거 같은데. 하긴 이런 일로 거짓말을 하실분이 아니시니. 하지만 이 불길한 느낌은 뭐지? 아니야. 그럴리가 없어. 항아는 이미 선도를 먹고 월궁에서 날 기다리고 있을거야.
"그럼 서왕모님만 믿습니다."
"아무렴 어때 내가 사기꾼 같아 보이는가?
-아삭
이제 다시 돌아가는 거야.

이 문 너머에 그녀가 있겠지. 다시 선신의 위(位)에 오른 그녀가...
-덜컹
"항아!"
어디에 있는 거지? 어디야? 또 서고에서 자고 있는 건가?
-덜컹
"항아!"
여기가 아닌가? 그럼 어디지? 정원? 그래 정원에서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겠군.
"항아! 여기에 있소?"
여기도 아닌가? 젠장. 그럼 대체 어디에 있는거지? 침소? 그래! 인간의 몸에서 갑자기 선신이 되었으니 피곤할지도 모르겠군.
-덜컹
"항아! 항아? 항아! 여기에 있었군요. 왜 불러도 대답을... 항아? 울고... 있는 건가요?"
왜지? 왜 울고 있는거지? 설마... 선신의 위에 오르지 못한 건가? 그럴리가 분명 서왕모님에게서 선도를 받았을텐데...
"어떻게... 어떻게 당신이 그럴수가 있죠?"
"무슨... 말이죠?"
내가 뭘 어떻게 했다는 거지? 왜 항아가 나에게 화를....
"당신 혼자. 어떻게 당신 혼자 선신이 되겠다고 나를 버릴수가 있죠? 그게 당신의 진심 인가요? 나를 사랑 한다는 말은 모두 거짓이였나요? 아니면 나보다 그 선신의 위가 더 중요 한가요?"
무슨... 말이지? 대체 무슨 말이야? 나 혼자 선신이 되겠다니! 말을 해야돼. 오해를 풀어야....
"그래요. 이제 당신의 진심을 잘 알겠어요. 인간이 되어버린 전 당신에게 방해가 되겠죠? 이제 당신 앞에서 사라질게요. 하지만 한 가지만 기억 하세요. 억만겁의 시간이 흘러도 당신이 다시 내 눈앞에 선다면, 그 때는 그 때는 제가 당신을 죽일 거에요."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에요? 오해 라구요! 젠장! 왜 말이 안 나오는 거지?
"그럼 안녕히 계세요"
안돼! 대체 뭘 하려는 거에요? 그 칼을 내려놓으세요! 당신은 이제 선신이 아닌 평범한 사람이라고요! 죽어도 다시 살아날 방법이 없단 말이에요. 안돼! 제발, 제발 하지 마세요. 제발 제 말을 들어 주세요! 안돼!!

-끼익
"미안...하다는 말 밖에 할 수가 없군. 일이 이렇게 될 줄이야"
"서왕모님..."
어재서 서왕모님이 이곳에....
"항아를 죽인건 나라고 할 수밖에 없겠군."
무슨... 말이지?
"사실은 자네 둘이 너무 부러워서 약간 장난을 쳤지. 그런데 그게 이런 결과를 부를 줄이야..."
"그게 무슨 말이죠? 항아를 죽인게 서왕모님이라니. 설마 선도를 안 주신건..."
"그렇다네. 그리고..."

"그게 정말 인가요?"
말도 안돼. 그가 날 버릴리가 없어. 거짓말이야. 거짓말 이라고!
"정말이지. 암. 선도를 건네준 것도 나인걸?"
말도 안돼!
"어째서 그를 말리지 않은거죠? 서왕모님께서 조금만이라도 저를 생각해 주셨다면, 저를 위해서라면 그를 말려 주셔야 했잖아요!"
"쯧쯧. 미련한 것. 이제는 애정이 아닌 속박인게냐? 그리고 그 의 부탁을 도저히 거절 할 수가 없더군."
"왜죠?"
"그가 그러더군. '좋습니다. 그럼 선도를 받는 대신 서왕모님 밑에서 일을 하겠습니다. 하나에 100년씩. 200년간 일을 해 드리겠습니다.' "
말도 안돼. 그렇게 올 곧은 그가.
"그래서요? 그래서 바록 수락을 한 건가요?"
"그럴리가 있겠나? 난 자네를 생각해서 말 했지. '4개를 줄테니 400년간 일을 하는건 어떤가? 그럼 항아와 같이 선신이 될수 있지 않은가?' "
"그래서요?"
"뭐 자네도 알다시피 거절 당했지. 400년동안 얽매여서 살기에는 자신의 생이 너무 아깝다고 하더군."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서왕모님의 말을 믿어서는 완돼.
"그가 전해라는 마지막 말을 들어 보겠나?"
그의 마지막 전어?
"예"
" '이제 월궁의 주인이 비었으니 달은 더 이상 나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소. 달은 그저 거대한 돌멩이일 뿐.' "
-털썩
거짓말. 지독한 거짓말이야.... 그런데 갑자기 왜 이렇게 피곤해 지지? 다리에 힘이 풀려 버리네..

"으아아아아!!"
"미안하네. 정말 미안하네"
"어째서 어째서 그런 거짓말을 하신 겁니까?"
항아! 항아! 항아! 항아! 어째서 그런 거짓말에 속은 겁니까. 어찌하여 그런 단순한 거짓말에 속아서 절 의심해서 이렇게 싸늘하게 식어 버린 겁니까. 미안하오. 미안하오. 정말 미안하오. 내가 부족해서, 나에대한 믿음이 없어서 그래서 이렇게 되어 버렸구려. 모든것이 나의 잘못 이오. 이제 나도 당신의 뒤를 따르겠습니다. 그래서 다시 만나게 된다면 꼭 속죄의 말을 하겠습니다.
"서왕모님. 한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뭔가? 자네가 어떤 부탁을 하던지 거절 할 수가 없겠군."
"제가 죽으면 다시는 재생을 할수 없도록 해 주십시오. 그녀가 없는 이상 저에게는 살아갈 의미도 없습니다."
그래. 이제 가는거야. 나의 죽음으로 그녀에게 죄를 고백해야해. 그리고 용서를 구해야지. 비록 용서 받을수 없다고 하더라도.
"자네의 부탁을 들어주는건 어렵지 않다네. 하지만 더 좋은 방법이 있는데 한번 들어 보겠는가?"
하하하.... 내가 죽는거 말고 어떤 속죄의 길이 있다는 건지....
"자네를 다시 환생시켜 주겠네. 인간으로 말일세. 일 백번. 일 천번. 일 만번 이라도. 그녀를 만나 모든 오해를 풀때까지. 그녀도 다시 인간으로 환생하도록 손을 써 두겠네."
영원한 환생. 과연 억만겁의 인연중에 다시 그녀를 만날수 있을까? 아냐! 분명히 다시 만날수 있을거야. 그 때가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그녀오 ㅏ나는 분명 다시 만날거야.
"부탁... 드립니다."
        ~ 다섯 번째 마당(truth) 끝 ~


        ~ 닫는 마당 ~
19XX년 인류가 처음 달에 발을 내 딛었을때, 그 곳 달에는 아무것도 존재 하지 않았다. 월계수 나무도, 방아를 찧는 토끼도, 월궁도, 월궁의 주인인 항아도. 달은 그저 지구의 위성인 거대한 돌멩이였다.
        ~닫는 마당 (fordotten legend)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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